AI 쓰니까 편해지긴커녕 오히려 더 피곤해졌어요

AI 쓰니까 편해지긴커녕 오히려 더 피곤해졌어요

“AI 쓰니까 편해지긴커녕 오히려 더 피곤해졌어요.” 🥲

요즘 주변 개발자들에게서 은근히 자주 듣는 말인데요.

AI가 개발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예전에 며칠씩 걸리던 일이 이제 몇 분이면 끝나니까요. 구현은 말할 필요도 없고 테스트, 문서화, 리서치, 설계까지 프로세스 전반이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는 더 무거워진 느낌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단축되면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더 적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회사와 팀, 관리자의 기대치가 올라가고 그에 맞춰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업무량도 팽창하게 됩니다.

AI가 없던 시절 개발자들은 오랜 시간 하나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종이에 그려보기도 하고,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동료와 논의하면서 천천히 답에 도달했죠. 느리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한 인지 부하(cognitive load)였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AI 덕분에 하루를 잘게 쪼개 여러 문제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와 다르게 인간은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에 아주 취약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짧고 잦은 문맥 전환은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출력된 코드를 읽고 평가합니다.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문제가 없는지 판단하고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품질 담당자처럼요.

이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깊게 고민해서 창조하는 일은 인간에게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일은 에너지를 앗아갑니다. 창작 작업은 몰입을 만들지만 검수 작업은 피로를 낳습니다.

AI는 우리가 여태까지 겪어본 도구 중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동시에 우리를 가장 쉽고 빠르게 소진시킬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LLM 토큰은 돈만 내면 무한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우리의 뇌는 유한한 자원입니다.

AI를 쓰다가 급 피로가 몰려온다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시대에 결코 쉽지 않은 변화에 적응하고 계십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다들 조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This work is licensed under CC BY 4.0CC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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