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데이터 라이선스: ODbL부터 CC0, 공공누리까지

오픈 데이터 라이선스: ODbL부터 CC0, 공공누리까지

Stack Overflow 개발자 설문 페이지를 둘러보다가 하단에서 낯선 문구를 발견했는데요. 응답 데이터가 “ODbL 1.0” 라이선스로 공개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MIT나 GPL, CC BY는 익숙한데 ODbL은 처음 보는 분이 많으실 거예요.

요즘은 개발자가 남이 공개한 데이터를 다룰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공공 데이터 포털에서 받은 CSV로 대시보드를 만들기도 하고, Kaggle이나 Hugging Face에서 받은 데이터셋으로 모델을 학습시키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이 데이터를 회사 서비스에 써도 되나?”, “가공해서 다시 공개해도 되나?” 하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에 왜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한지부터 시작해서, 대표적인 오픈 데이터 라이선스(open data license)인 CC0, CC BY, ODbL의 차이와 한국 공공 데이터에 쓰이는 공공누리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개발자 관점에서 라이선스 원문을 읽고 정리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라이선스 전문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데이터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는 모두 저작권을 전제로 합니다. 코드와 글, 사진은 저작물이고, 저작권자가 “이런 조건이라면 써도 좋다”고 허락하는 문서가 라이선스니까요.

그런데 데이터는 사정이 다릅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는데, “서울의 위도는 37.5도”나 “응답자의 33%가 직장에 불만족”처럼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는 창작성이 없거든요. 미국에서도 1991년 Feist 판결 이후, 창작성 없이 사실을 모아 놓은 것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데이터를 모으는 데 들인 노력이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유럽연합은 1996년 데이터베이스 지침(Directive 96/9/EC)으로 저작권과 별개인 데이터베이스권(database right)을 만들었습니다. 창작성이 없더라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갱신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했다면, 그 내용의 전부나 상당 부분을 추출하고 재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한국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4장이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보호를 다루는데, 데이터베이스 제작이나 갱신에 상당한 투자를 한 사람에게 데이터베이스의 전부나 상당한 부분을 복제, 배포, 방송, 전송할 권리를 줍니다. 보호기간은 EU가 15년, 한국이 5년이고, 미국에는 이런 권리가 아예 없습니다.

정리하면 데이터베이스에는 서로 다른 권리가 겹겹이 얽혀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구조나 스키마처럼 창작성이 있는 부분에는 저작권이, 데이터를 모은 투자에는 데이터베이스권이, 개별 항목(사진, 글 등)에는 각자의 저작권이 걸려 있을 수 있죠. 그래서 데이터를 공개할 때는 이 권리들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오픈 데이터의 기준, 오픈 정의

라이선스를 하나씩 보기 전에 “오픈”의 기준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오픈 소스에 OSI의 Open Source Definition이 있듯이, 오픈 데이터와 오픈 콘텐츠에는 Open Knowledge Foundation의 오픈 정의(Open Definition)가 있습니다. 오픈 정의는 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사용하고, 수정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지식은 오픈이다. 출처와 개방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만 예외로 둔다.

마지막 단서가 중요합니다. 출처 표시(attribution)나 동일조건(share-alike)처럼 “출처와 개방성을 지키는” 조건은 허용되지만, 상업적 이용 금지나 변경 금지처럼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조건은 오픈이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이 기준을 통과한 라이선스를 적합 라이선스(conformant license)라고 부르는데, 그중 널리 쓰이고 서로 호환되는 여섯 개를 권장 라이선스로 꼽습니다.

조건크리에이티브 커먼즈Open Data Commons
조건 없음CC0 1.0PDDL 1.0
출처 표시CC BY 4.0ODC-By 1.0
출처 표시 + 동일조건CC BY-SA 4.0ODbL 1.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쪽은 콘텐츠와 데이터 모두에 쓸 수 있고, Open Data Commons 쪽은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조건의 강도로 보면 오픈 소스 라이선스를 MIT 같은 허용형과 GPL 같은 카피레프트로 나누는 것과 같은 구도인데요. 이제 아래 단계부터 하나씩 올라가 보겠습니다.

조건 없음: CC0와 PDDL

가장 자유로운 단계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입니다. CC0와 PDDL은 권리자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저작권과 데이터베이스권을 모두 포기하고, 데이터를 누구의 것도 아닌 상태로 내놓겠다고 선언하는 도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CC0는 라이선스라기보다 권리 포기(waiver)에 가깝습니다. 다만 나라에 따라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서, CC0는 그런 경우 아무 조건 없는 라이선스로 대신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CC0 전문에서 “Public License Fallback”이라고 부르는 조항입니다.

대표적인 사용처는 위키백과의 자매 프로젝트인 Wikidata입니다. Wikidata는 모든 구조화된 데이터를 CC0로 공개하고, CC0로 공개할 수 없는 데이터는 올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위키백과 본문이 CC BY-SA인 것과 대조적이죠.

Wikidata가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재사용성 때문입니다. 출처 표시 조건만 있어도 데이터 수백만 건을 합쳐 쓰는 서비스에서는 출처를 일일이 밝히는 일이 부담이 되고, 동일조건이 있으면 다른 라이선스의 데이터와 섞기가 어려워집니다. 아무 조건이 없어야 검색 엔진이든 AI 서비스든 마음껏 가져다 쓰고, 그만큼 Wikidata가 널리 퍼집니다.

출처 표시: CC BY와 ODC-By

한 단계 위는 출처만 밝히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라이선스입니다. 상업적 이용도, 가공도, 재배포도 자유롭고, 가공한 결과를 다른 라이선스로 공개해도 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에서 다룬 CC BY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CC BY는 원래 창작물을 위한 라이선스지만, 4.0 버전부터 데이터베이스권까지 명시적으로 허락하는 조항(Section 4)이 들어가서 데이터에도 문제없이 쓸 수 있습니다. ODC-By는 같은 조건을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용으로 만든 라이선스입니다.

데이터를 공개하는 입장이라면 CC BY 4.0이 무난한 선택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서 이용자가 조건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거든요.

동일조건: ODbL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온 ODbL입니다. ODbL(Open Database License)은 Open Data Commons가 만든 라이선스로, 공식 요약에 따르면 세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먼저 짚어 둘 점은 ODbL이 저작권과 데이터베이스권을 허락하는 라이선스이면서, 동시에 이용자와 맺는 계약이기도 하다는 겁니다(2.1절). 앞에서 본 것처럼 미국에는 데이터베이스권이 없어서 권리만으로는 조건을 강제하기 어려운데, 계약으로 묶어 그런 나라에서도 조건을 지키게 하려는 장치인 셈이죠.

우선 출처 표시입니다. 데이터베이스나 그 데이터로 만든 결과물(Produced Work)을 공개적으로 쓸 때는 출처와 ODbL 라이선스를 밝혀야 합니다.

또한 동일조건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고치거나 다른 데이터와 합친 파생 데이터베이스(Derivative Database)를 공개적으로 쓰면, 그것도 ODbL로 공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방 유지(keep open)입니다. DRM 같은 기술적 제한을 걸어 배포하려면 제한이 없는 버전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용처는 OpenStreetMap입니다. 지도 앱 구석에서 ”© OpenStreetMap contributors”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이 출처 표시 조건 때문입니다. 식품 성분 정보를 모으는 Open Food Facts도 데이터베이스는 ODbL, 개별 항목은 DbCL(Database Contents License), 제품 사진은 CC BY-SA로 층을 나눠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데이터베이스에는 여러 권리가 겹쳐 있어서 이렇게 층별로 라이선스를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ODbL의 핵심, 결과물과 파생 데이터베이스

ODbL에서 가장 헷갈리면서도 실무에 중요한 개념은 결과물입니다. ODbL 전문은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거나 조회해서 만든 이미지, 영상, 글 같은 작품을 결과물이라고 부르는데요. 데이터로 그린 차트, 지도 이미지, 분석 보고서가 모두 결과물입니다.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파생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4.5절). 그래서 OpenStreetMap 데이터로 그린 지도 이미지는 ODbL로 공개할 필요가 없고, 원하는 라이선스로 배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결과물을 공개적으로 쓸 때는 출처와 라이선스를 알리는 고지문을 붙여야 합니다(4.3절). ODbL 전문에는 아래 문구면 충분하다는 예시까지 들어 있습니다.

Contains information from DATABASE NAME, which is made available here under the Open Database License (ODbL).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원본 데이터를 가공해 파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그것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공개하면 파생 데이터베이스도 공개한 것으로 봅니다(4.4절 c항). 이때는 결과물을 받는 사람에게 파생 데이터베이스 전체나, 원본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담은 변경 파일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해야 합니다(4.6절). OSM 데이터에 자체 데이터를 섞어 만든 지도를 서비스한다면, 그 섞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만 쓰는 것은 공개로 보지 않습니다(4.5절 c항). 회사 안에서만 보는 분석이나 사내 도구라면 동일조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시로 Stack Overflow 설문 데이터를 쓰는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는 일해야 할 일
응답 데이터로 차트를 그려 블로그에 올림결과물이므로 고지문만 붙이면 됨
응답 데이터를 정제해 CSV로 공개파생 데이터베이스이므로 ODbL로 공개
다른 데이터와 합친 뒤 그 결과로 차트를 공개차트에 고지문을 붙이고, 합친 데이터도 제공
사내 분석에만 사용공개가 아니므로 동일조건 미적용

공공누리: 한국 공공 데이터의 라이선스

국내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데이터와 저작물에는 대부분 공공누리(KOGL)가 붙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만든 저작물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이용 조건을 표시하는 제도인데요. 현재 다섯 가지 기본 유형이 있습니다.

유형조건오픈 정의 기준
제0유형조건 없음 (출처 표시도 없음)오픈
제1유형출처 표시오픈
제2유형출처 표시 + 상업적 이용 금지오픈 아님
제3유형출처 표시 + 변경 금지오픈 아님
제4유형출처 표시 + 상업적 이용 금지 + 변경 금지오픈 아님

제0유형은 새로 생긴 유형으로, 기존의 “만료 공공저작물” 표시를 대신합니다. 제0유형은 CC0, 제1유형은 CC BY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 제2유형부터 제4유형은 이용 자체를 제한하기 때문에, 앞에서 본 오픈 정의 기준으로는 오픈 데이터가 아닙니다. 공공 데이터를 서비스에 쓰기 전에 유형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개발자에게 특히 흥미로운 건 AI유형입니다. AI유형이 표시된 공공저작물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로 쓰는 경우에 한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학습한 모델을 상업적으로 써도 됩니다. 다만 원본과 같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산출물이 나오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고, 산출물이 원본을 직접 인용하면 출처를 밝혀야 하며, 공공저작물로 만든 학습용 데이터를 되파는 것은 금지됩니다.

AI유형은 제1유형부터 제4유형 중 하나와 함께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제4유형 + AI유형”인 저작물은 평소에는 상업적 이용과 변경이 금지되지만, AI 학습용으로는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화두인 지금, 공공 영역에서 학습 이용을 명시적으로 허락하는 표시를 만든 셈이죠.

어떤 라이선스를 골라야 할까?

내 데이터를 공개하는 입장이라면 질문 하나로 대부분 정해집니다. “내 데이터를 가져다 고친 사람도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된다면 CC BY 4.0이 무난합니다. 출처만 밝히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가장 널리 퍼지고, 이용자도 조건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출처 표시조차 부담이 될 만큼 널리 쓰이길 바란다면 Wikidata처럼 CC0를 고르면 되고요.

반대로 OpenStreetMap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키우는 데이터라면 ODbL이 어울립니다. 누군가 데이터를 가져가 개선만 하고 공유하지 않는 일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만큼 기업이나 다른 프로젝트가 가져다 쓰기를 망설일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어떤 라이선스를 고르든 비상업적 이용(Non-Commercial) 같은 조건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업적 이용의 경계가 모호해서 이용자가 판단하기 어렵고, 오픈 데이터로 인정받지도 못하거든요.

마치며

지금까지 데이터에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한 이유와 대표적인 오픈 데이터 라이선스를 살펴봤습니다.

데이터는 저작권만으로는 보호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권과 계약이 함께 얽혀 있어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와는 다른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오픈 데이터 라이선스는 조건의 강도에 따라 CC0와 PDDL, CC BY와 ODC-By, CC BY-SA와 ODbL의 세 단계로 나뉘고, 국내 공공 데이터에는 공공누리가 쓰입니다. 특히 ODbL은 결과물에는 고지문만 요구하지만, 가공한 데이터로 결과물을 만들어 공개하면 가공한 데이터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다음에 데이터셋을 받을 일이 있다면,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라이선스부터 한번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ODbL의 정확한 조건은 ODbL 1.0 전문을 참고하세요.

This work is licensed under CC BY 4.0CC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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