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D 도메인 종류: 국가, 일반, 브랜드, 예약 도메인 정리

요즘 쓰는 서비스들의 주소를 보면 끝이 .com이 아닌 경우가 많지 않나요? Claude는 claude.ai, 게임 전적 사이트 OP.GG는 op.gg를 쓰고, 텔레그램 초대 링크는 t.me로 시작합니다. 구글의 웹 개발 가이드도 web.dev에 있고요. 심지어 .pizza나 .ninja로 끝나는 주소도 있습니다. 처음 보면 “이런 것도 주소가 돼?”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죠. 🤔
모두 정식 주소입니다. 인터넷 주소록을 관리하는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의 공식 목록을 2026년 10월 기준으로 열어 보면 최상위 도메인(Top-Level Domain, 이하 TLD)이 1,437개나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많은 TLD가 어떤 종류로 나뉘는지,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그리고 고를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재밌는 사례 위주로 둘러보겠습니다.
TLD는 주소의 맨 끝 칸
www.example.co.kr이라는 주소를 오른쪽부터 한 조각씩 읽어 보면 범위가 점점 좁아집니다.
| 조각 | 이름 | 하는 일 |
|---|---|---|
kr | 최상위 도메인(TLD) | 대한민국을 뜻하는 국가 코드 |
co | 2단계 도메인 | 영리 기업용 구분(go는 정부, ac는 대학) |
example | 등록한 이름 | 돈을 내고 빌리는 부분 |
www | 서브도메인 | 주인이 마음대로 만드는 부분 |
맨 오른쪽 칸이 TLD입니다. 우편 주소로 치면 “대한민국”에 해당하는 자리인 셈이죠. 사실 모든 도메인 끝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점(.)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DNS 계층의 꼭대기인 루트를 뜻하는 점이라, 생략 없이 쓰면 www.example.co.kr.이 전체 이름입니다.
DNS 서버 동작 원리에서 살펴봤듯이, 도메인 이름을 IP 주소로 바꿀 때 리졸버는 루트 네임 서버에서 출발해 TLD 네임 서버를 거쳐 내려옵니다. 즉 TLD마다 그 영역을 책임지는 네임 서버와 운영 주체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이 운영 주체를 레지스트리(registry)라고 부르는데요. 우리가 가비아나 Cloudflare 같은 등록 대행업체(registrar)에서 도메인을 사면, 대행업체가 레지스트리에 그 이름을 대신 등록해 주는 구조입니다.
TLD마다 누가 운영하는지는 IANA의 whois 서버에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whois -h whois.iana.org dev
domain: DEV
organisation: Charleston Road Registry Inc.
organisation: Google Inc.
.dev의 주인은 구글 계열 레지스트리인 Charleston Road Registry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com을 조회하면 VeriSign이, .kr을 조회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나옵니다. dig 명령어로 TLD 자체의 네임 서버를 조회해 봐도 같은 이름이 등장합니다.
dig +short NS dev.
ns-tld1.charlestonroadregistry.com.
ns-tld2.charlestonroadregistry.com.
ns-tld3.charlestonroadregistry.com.
ns-tld4.charlestonroadregistry.com.
ns-tld5.charlestonroadregistry.com.
한눈에 보는 TLD 분류
1,400개가 넘는 TLD도 크게 보면 몇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flowchart TB
accTitle: 최상위 도메인의 분류
accDescr: 최상위 도메인은 국가 코드 도메인과 일반 도메인으로 나뉜다. 일반 도메인에는 1985년부터 있던 원조 도메인, 후원 도메인, 2013년 이후 생긴 신규 도메인이 있고 신규 도메인 안에 브랜드 도메인이 있다. 이와 별개로 실제 인터넷에서 쓰지 않도록 예약된 특수 용도 이름이 있다.
root(["최상위 도메인(TLD)"])
root --> cc["국가 코드<br/>(ccTLD)<br/>.kr .jp .ai .io"]
root --> g["일반<br/>(gTLD)"]
root --> special["특수 용도 예약<br/>.test .localhost .internal"]
g --> legacy["원조<br/>.com .net .org"]
g --> sponsored["후원<br/>.edu .gov .museum"]
g --> newg["신규<br/>.dev .app .xyz"]
newg --> brand["브랜드<br/>.google .bmw"]
먼저 두 글자짜리 국가 코드 최상위 도메인(country code TLD, 이하 ccTLD)이 있고, 세 글자 이상인 일반 최상위 도메인(generic TLD, 이하 gTLD)이 있습니다. gTLD는 다시 1980년대부터 있던 원조, 특정 집단이 운영하는 후원형, 2013년 이후 쏟아진 신규 도메인으로 나뉩니다. 마지막으로 아예 인터넷에서 쓰지 못하게 막아 둔 예약 이름도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원조 3인방: .com, .net, .org
1985년 처음 DNS가 가동될 때 만들어진 TLD는 .com, .net, .org, .edu, .gov, .mil, 그리고 기술용 .arpa였습니다. 같은 해 3월에는 세계 최초의 .com 도메인인 symbolics.com이 등록됐고요. 이름마다 원래 용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처지가 꽤 달라졌습니다.
| TLD | 원래 용도 | 지금은 |
|---|---|---|
.com | 상업 기관(commercial) | 누구나 등록. 사실상 인터넷의 기본값 |
.net | 네트워크 사업자 | 누구나 등록. .com이 없을 때의 대안 |
.org | 비영리 단체 | 누구나 등록. 그래도 비영리 이미지가 남아 있음 |
.edu | 교육 기관 | 인가받은 미국 고등교육기관만 |
.gov | 정부 기관 | 미국 정부 기관만 |
.mil | 군 | 미군만 |
.com, .net, .org는 등록 자격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서 이 구분이 금방 무너졌습니다. 결국 .com이 “인터넷 주소의 기본값”이 되었고, 좋은 .com 이름은 일찌감치 동이 났습니다. 오늘날 독특한 TLD가 이렇게 많아진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 품귀 현상입니다.
반면 .edu, .gov, .mil은 지금도 자격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이 셋이 사실상 미국 전용인 건 인터넷이 미국 연구망에서 출발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은 .ac.kr, 정부 기관은 .go.kr을 씁니다. 1988년에는 국제기구용 .int도 추가됐습니다. 자격을 따지는 TLD라 .edu 주소는 어느 정도 믿어도 되지만, .org 주소라고 해서 비영리 단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 도메인인데 국가랑 상관없는 .ai와 .io
ccTLD는 ISO 3166 국가 코드를 따르는 두 글자 TLD입니다. 우리나라는 .kr, 일본은 .jp, 독일은 .de를 씁니다. 그런데 이 두 글자가 우연히 영어 단어나 약어와 겹치면 재밌는 일이 생깁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ai입니다. .ai는 원래 카리브해의 작은 섬 앵귈라(Anguilla)의 국가 도메인인데요. IANA whois로 조회해 보면 운영 주체가 지금도 앵귈라 정부입니다.
domain: AI
organisation: Government of Anguilla
status: ACTIVE
created: 1995-02-16
1995년에 만들어질 때만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도메인이었지만, 생성형 AI 붐이 일자 전 세계 AI 회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2023년에는 .ai 도메인 판매 수입이 앵귈라 정부 재정의 약 20%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인구 1만 6천 명 남짓한 섬나라가 국가 코드 두 글자로 복권에 당첨된 셈이죠. 😅 그만큼 값도 비싸서, 2026년 10월 기준으로 .ai는 1년에 80달러가 넘습니다. 10달러 남짓인 .com의 7배가 넘는 가격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꽤 많습니다. 2010년대 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io는 영국령 인도양 지역(British Indian Ocean Territory)의 코드입니다. 짧은 .com 이름은 이미 동났고, .io는 .com보다 새롭고 테크 회사다운 느낌을 줬거든요. 개발자에게는 “입출력(input/output)“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인기만큼 가격도 올라서, 첫해에는 30달러 안팎이지만 갱신할 때는 1년에 50달러가 넘습니다.
이렇게 본래 나라와 상관없는 뜻으로 쓰이는 국가 도메인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TLD | 진짜 주인 | 세상이 쓰는 뜻 | 대표 사례 |
|---|---|---|---|
.ai | 앵귈라 | 인공지능(AI) | claude.ai |
.io | 영국령 인도양 지역 | 입출력(I/O) | itch.io |
.gg | 건지 섬(영국 왕실령) | 게임 용어 good game | op.gg |
.tv | 투발루 | 텔레비전 | twitch.tv |
.me | 몬테네그로 | 나(me) | t.me |
.fm | 미크로네시아 | FM 라디오 | last.fm |
.ly | 리비아 | 영어 부사 어미 -ly | bit.ly |
.co | 콜롬비아 | 회사(company) | .com의 짧은 대안 |
.nu | 니우에 | 스웨덴어와 네덜란드어로 “지금” | 스웨덴, 네덜란드 사이트 |
반대로 이름만 보고 오해하기 쉬운 TLD도 있습니다. .cat은 고양이가 아니라 카탈루냐어와 카탈루냐 문화 공동체를 위한 TLD라, 원칙적으로 카탈루냐와 관련된 콘텐츠가 있어야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다만 ccTLD는 결국 그 나라의 정책을 따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io가 좋은 예입니다. 2024년 영국이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넘기기로 합의하자, 해당 국가 코드가 사라지면 .io도 언젠가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 퍼졌습니다. 실제로 유고슬라비아의 .yu는 나라가 해체된 뒤 2010년에 삭제되었습니다. 반대로 소련의 .su는 나라가 사라진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살아 있으니, 결과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2013년의 빅뱅, 신규 gTLD
.dev, .xyz 같은 주소가 생긴 건 도메인 관리 기구인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 2012년에 신규 gTLD 프로그램(New gTLD Program)을 열면서부터입니다. 신청비 18만 5천 달러를 내고 운영 능력을 증명하면 원하는 문자열로 TLD를 만들 수 있게 한 건데요. 무려 1,930건의 신청이 몰렸고, 2013년 말부터 새 TLD가 하나둘 루트 존에 추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있는 TLD 1,400여 개의 대부분이 이때 생긴 것들입니다.
신규 gTLD를 분야별로 묶어 보면 웬만한 관심사에는 TLD가 하나씩 있습니다.
| 분야 | 예시 | 한 줄 설명 |
|---|---|---|
| 업종 | .shop, .blog, .cafe | 무엇을 하는 사이트인지 주소로 드러냄 |
| 음식 | .pizza, .beer, .coffee, .wine | 가게 이름을 그대로 주소로 |
| 가족 | .family, .mom, .baby, .dad | 가족 사진첩이나 육아 블로그 |
| 교육 | .school, .academy | 학원, 부트캠프, 온라인 강의 |
| 전문직 | .lawyer, .dentist, .engineer, .esq | .esq는 미국 변호사 경칭 Esquire에서 따옴 |
| 자기소개 | .ninja, .guru, .rocks, .lol | 자신감 넘치는 개인 사이트 |
| 지역 | .tokyo, .london, .nyc | 도시 이름을 딴 주소 |
| 범용 | .xyz, .link | 뜻이 넓어 아무 용도에나 |
| 불만 | .sucks | 비판 사이트용인데 정작 기업들이 사 둠 |
.xyz는 짧고 외우기 쉬워서 떴는데,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이 abc.xyz를 공식 사이트로 쓰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link는 이름 자체가 용도를 말해 주는 경우로, 단축 URL이나 여러 링크를 모아 두는 프로필 페이지에 잘 어울립니다.
.sucks는 출시 때부터 논란이 컸습니다. 원래는 소비자가 기업을 비판하는 사이트를 만들라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자기 브랜드 이름의 .sucks 주소를 남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미리 사 두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지금도 1년에 200달러가 넘으니 방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재밌는 건 이 많은 TLD를 운영하는 회사가 몇 안 된다는 점입니다. .school, .academy, .pizza, .ninja, .guru, .lawyer 같은 200개가 넘는 TLD를 Identity Digital(옛 Donuts)이라는 회사가 자회사들을 통해 묶음으로 운영합니다.
TLD 큰손, 구글
신규 gTLD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플레이어는 단연 구글입니다. 구글 레지스트리는 .app, .dev, .page, .new 같은 개발자 친화적인 TLD를 여럿 운영하는데요. 2023년 5월에는 “아빠, 졸업생, 테크 덕후를 위한” 새 TLD 여덟 개를 한꺼번에 내놓았습니다. 그 목록이 .dad, .phd, .prof, .esq, .foo, .zip, .mov, .nexus입니다.
.phd와 .prof는 박사나 교수의 개인 사이트, .esq는 변호사, .dad는 아빠들의 육아 블로그를 겨냥했습니다. .foo는 프로그래머라면 다들 아는 그 예제 변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이렇게 보면 신규 gTLD는 결국 “좋은 .com은 다 팔렸으니 새 진열대를 만들자”는 비즈니스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구글 TLD 중에는 기술적으로 특별한 것도 있습니다. .dev와 .app은 TLD 전체가 브라우저의 HSTS preload 목록에 올라가 있습니다. HTTPS 글에서 다룬 HSTS(HTTP Strict Transport Security)를 도메인 하나가 아니라 TLD 단위로 걸어 둔 건데요. 그래서 .dev 도메인은 처음 방문하는 순간부터 브라우저가 HTTP 접속을 거부하고, 인증서 없이는 사이트를 아예 열 수 없습니다. 보안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로컬 개발용 주소로 myapp.dev를 쓰던 개발자들이 2017년쯤 한바탕 곤욕을 치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HSTS가 TLD 단위로 걸린 곳은 .dev와 .app만이 아닙니다. 구글 레지스트리는 자기가 운영하는 TLD에 대부분 같은 정책을 적용해서, 2026년 10월 크롬의 HSTS preload 목록을 기준으로 일반인이 등록할 수 있는 것만 꼽아도 20개나 됩니다.
.app .boo .channel .dad .day .dev .eat .esq .fly .foo
.ing .meme .mov .new .nexus .page .phd .prof .rsvp .zip
은행과 보험사만 등록할 수 있는 .bank, .insurance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목록에 있는 TLD를 고른다면 사이트를 열기 전에 HTTPS 인증서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new는 또 다른 의미로 독특합니다. 이 TLD는 “새 문서를 만드는” 용도로만 쓰도록 등록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브라우저 주소창에 docs.new를 치면 구글 문서 새 문서가, repo.new를 치면 GitHub 새 저장소 화면이 바로 열립니다. TLD 자체가 주소창 단축키가 된 거죠.
브랜드 TLD: 회사 이름이 곧 주소의 끝
신규 gTLD 중에는 아예 회사 이름을 TLD로 가져간 경우도 있습니다. .google, .apple, .bmw, .youtube 같은 것들인데요. 이런 브랜드 TLD는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해당 회사만 씁니다. 그래서 무엇.bmw라는 주소를 보면 BMW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는 걸 확신할 수 있습니다. 피싱을 막는 데 꽤 강력한 무기죠.
하지만 막상 일반 사용자에게는 .com 주소가 더 익숙하다 보니, 비싼 돈을 들여 브랜드 TLD를 받아 놓고 거의 쓰지 않거나 나중에 반납한 회사도 많습니다. 2026년에 다시 열린 신규 gTLD 신청 라운드에서도 1,600건 남짓한 신청 가운데 300건 넘게 브랜드 TLD였다고 하니, 기업들의 관심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zip과 .mov가 욕을 먹은 이유
구글이 2023년에 내놓은 여덟 개 중 .zip과 .mov는 출시 직후부터 보안 업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둘 다 파일 확장자와 똑같은 이름이라는 게 문제였습니다.
메신저나 문서에 setup.zip이라고 적으면, 많은 앱이 이를 자동으로 링크로 바꿔 버립니다. 사용자는 파일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누군가의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거죠. 여기에 URL 문법의 허점을 섞으면 더 교묘한 속임수도 가능합니다.
https://github.com∕kubernetes∕kubernetes∕archive∕refs∕tags∕@v1271.zip
얼핏 GitHub의 릴리스 파일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는 일반 슬래시(/)가 아니라 유니코드 문자 U+2215입니다. URL에서 @ 앞부분은 사용자 정보로 취급되기 때문에, 브라우저는 이 주소를 v1271.zip이라는 호스트로 접속합니다. 보안 연구자가 실제로 공개한 데모인데요. 이런 유니코드 함정은 유니코드와 UTF-8 글에서 다룬 것처럼 눈에 보이는 글자와 실제 코드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사내 보안 정책에서 .zip, .mov 도메인을 아예 차단하기도 합니다. 새 TLD를 고를 때 “이름이 재밌다”만 볼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와 헷갈리지 않는가”도 따져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글 TLD도 있다
TLD가 꼭 영어일 필요는 없습니다. 국제화 도메인 이름(Internationalized Domain Name, 이하 IDN) 덕분에 .한국 같은 한글 TLD도 존재합니다. 다만 DNS는 원래 ASCII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퓨니코드(Punycode)라는 방식으로 변환된 이름을 씁니다.
domain: 한국
domain-ace: XN--3E0B707E
organisation: KISA (Korea Internet & Security Agency)
.한국의 실제 DNS 이름은 xn--3e0b707e이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합니다. 앞서 본 1,437개 중 151개가 이렇게 xn--로 시작하는 IDN TLD입니다. 중국어, 아랍어, 키릴 문자 TLD도 있고요. URL 인코딩이 URL 경로의 비ASCII 문자를 처리하는 방식이라면, 퓨니코드는 도메인 이름 자리의 비ASCII 문자를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쓰면 안 되는 TLD: 예약된 이름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절대 등장하지 않도록 예약된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걸 알면 개발할 때 꽤 유용한데요.
RFC 2606과 RFC 6761은 .test, .example, .invalid, .localhost를 특수 용도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문서에 예시 주소를 적을 때 example.com을 쓰는 이유, 테스트 환경에서 myapp.test를 쓰라고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존하는 도메인을 예시로 적었다가 남의 서버로 트래픽을 보내는 사고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localhost도 이 예약 덕분에 언제나 내 컴퓨터를 가리키도록 보장받습니다. 로컬 개발 도구인 Portless가 .dev 대신 .test를 권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밖에도 .local은 같은 네트워크 안의 기기를 찾는 멀티캐스트 DNS(mDNS) 용도로, .onion은 토르(Tor) 네트워크 용도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2024년에는 ICANN이 .internal을 사내망 전용 이름으로 예약했습니다. 그동안 회사마다 .corp, .lan, .home처럼 제각각 지어 쓰던 사내 도메인을, 나중에 누군가 진짜 TLD로 등록해 버릴 걱정 없이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사설 IP 대역이 IP 주소 세계의 사내 전용 구역이라면, .internal은 도메인 세계에서 같은 역할을 맡습니다.
TLD를 고를 때 따져볼 것들
이렇게 선택지가 많다 보니 막상 도메인을 사려면 고민이 됩니다.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가격, 그중에서도 갱신 가격입니다. 도메인은 한 번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해마다 갱신 비용을 내야 하거든요. 2026년 10월에 해외 등록 대행업체 Porkbun의 공개 가격표로 이 글에 나온 TLD들의 1년 가격을 뽑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TLD | 첫해 | 갱신(연) |
|---|---|---|
.xyz | 약 2달러 | 약 14달러 |
.shop | 약 2달러 | 약 31달러 |
.link | 약 8달러 | 약 8달러 |
.org | 약 8달러 | 약 12달러 |
.dev | 약 9달러 | 약 13달러 |
.app | 약 9달러 | 약 15달러 |
.com | 약 11달러 | 약 11달러 |
.co | 약 16달러 | 약 31달러 |
.me | 약 17달러 | 약 17달러 |
.io | 약 28달러 | 약 52달러 |
.gg | 약 52달러 | 약 52달러 |
.ai | 약 83달러 | 약 83달러 |
표를 보면 몇 가지가 눈에 띕니다. 우선 .xyz와 .shop은 첫해 가격이 커피 한 잔 값이지만, 갱신할 때는 7배에서 15배로 뜁니다. 신규 gTLD가 흔히 쓰는 미끼 가격이죠. 반대로 .com과 .link는 첫해와 갱신 가격이 같아서 오래 쓸수록 오히려 저렴한 편입니다. 그리고 유행을 탄 국가 도메인은 확실히 비쌉니다. .ai는 .com의 7배가 넘고, .io와 .gg도 4배 이상입니다. 인기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 거죠. 등록 조건이 까다로운 .new는 한 해에 400달러가 넘어서 개인이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국내 업체에서 사는 .kr은 연 2만 원 안팎입니다. 같은 TLD라도 대행업체마다 가격이 다르고, 레지스트리가 짧거나 흔한 단어 같은 프리미엄 이름에는 수백에서 수천 달러를 따로 매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등록 화면에 뜬 첫해 가격만 보지 말고 갱신 가격까지 꼭 확인하세요.
다음으로 신뢰도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때 무료로 뿌려졌던 .tk 같은 TLD는 스팸과 피싱의 온상이 되어 아직도 많은 메일 서버와 보안 장비가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업무 메일을 보낼 도메인이라면 스팸 필터에 덜 걸리는 TLD를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한 ccTLD라면 그 나라의 정책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나라는 현지 주소나 법인이 있어야 등록을 허락하고, 정치 상황에 따라 정책이 바뀌기도 합니다. .io의 사례처럼 국가 사정이 도메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제약도 살펴봅니다. .dev나 .app처럼 HSTS가 강제되는 TLD라면 처음부터 HTTPS 인증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GitHub Pages에 커스텀 도메인을 연결하거나 Cloudflare Email Routing으로 커스텀 이메일을 만들 때도 TLD 자체는 크게 상관없지만, HTTPS가 준비되기 전까지 사이트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 두면 좋습니다.
마치며
.ai, .gg, .dev 같은 낯선 주소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정식 TLD였습니다. 정리하면 TLD는 국가 코드 도메인과 일반 도메인으로 나뉘고, 일반 도메인은 1985년의 원조부터 2013년 이후 쏟아진 신규 도메인과 브랜드 도메인까지 다양합니다. .ai처럼 국가 도메인이 우연히 유행을 타기도 하고, .zip처럼 재밌는 이름이 보안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며, .test나 .internal처럼 아예 쓰지 말라고 예약된 이름도 있습니다.
다음에 낯선 주소를 만나면 whois -h whois.iana.org로 그 TLD의 주인을 한번 조회해 보세요.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겁니다. 😊
전체 TLD 목록과 각 TLD의 운영 주체는 IANA Root Zone Databas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This work is licensed under CC BY 4.0